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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사광 측정을 이용한 자기양자 및 음향양자 측정법 개발

Measurement of magnon and phonon by reflectometry


2008년, 세계적인 학술지인 Nature에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꽤나 기념비적인 논문이 게재가 되었다. 제목은 “Observation of the spin Seebeck effect” 로 [Nature 455, 778 (2008)], 당시 게이오 대학의 학부생이던 켄이치 우치다 (Ken-ichi Uchida) 가 주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. 어쨌든, 이 논문의 저자들은 열적 구배 (temperature gradient) 가 있는 상황에서 스핀이 편극된 전자로 인해 스핀-화학 퍼텐셜 (spin chemical potential) 이 생긴다고 해석을 했다.

그렇지만 이러한 해석은 ‘자성체 내의 스핀 전파 거리 (spin diffusion length) 는 매우 짧다!’ 라는 잘 알려진 사실과 모순이 되고, 곧 다른 해석을 찾아내게 된다 [Phys. Rev. B 81, 214418 (2010)]. 이 PRB 논문은 스핀-화학 퍼텐셜을 전자가 만들어 낸다는 개념을 버리고, 고체 내부의 자기양자 (magnon, 마그논)와 음향양자 (phonon, 포논) 의 온도 차이로 스핀 제백 효과 (spin Seebeck effect) 가 생긴다고 주장했다. 실제로, 스핀이 편극된 전자의 흐름을 차단했을 때에도 스핀 제백 효과가 측정이 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[Nat. Mater. 9, 894 (2010); Nat. Mater. 10, 737 (2011)], 스핀 제백 효과가 전자가 아닌 마그논, 포논과 그들의 온도 차로 인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.

위 이론을 맞다고 받아들이면, 스핀 제백 효과가 측정된다는 것은 마그논과 포논의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된다. 그렇다면 “진짜로 둘의 온도 차이가 날까?” 라고 생각할 수 있다. 브릴루앙 광산란 (Brillouin Light Scattering, BLS) 분광법을 이용하면 마그논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고,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포논의 온도를 측정할 수가 있는데, 실제로 측정을 해보니 두 온도가 실험 오차내에서 차이가 없었다! [Phys. Rev. Lett. 111, 107204 (2014)]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논문에서 이야기를 했지만, 이후 연구자들은 온도 구배가 너무 작았다고 생각했고, 간접적으로 이들의 온도차, 즉 비평형 (non-equilibrium)을 측정해 냈다. [Phys. Rev. Lett. 117, 107202 (2016)] (참고로 이 재미있는 역사의 마침표를 찍은 2016년 PRL 의 저자는 지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(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, KRISS) 에 계시는 안경모 박사님이시다.)

내가 여기서 가졌던 의문은 두가지인데, 하나는 “왜 BLS 측정법만 쓸까?” 이고, 다른 하나는 “왜 YIG (Yttrium Iron Garnet) 만 쓸까?” 였다. 사실 BLS 분광법은 엄청나게 크고 비싼 간섭계가 필요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측정법이다. 그에 반해서 자기광 커 효과 (Magneto Optic-Kerr effect, MOKE) 는 간섭계가 필요없고, 몇가지 광학 부품만 있으면 측정할 수 있어 좀 더 접근성이 좋다. YIG는 magnetic damping 이 작아 가장 널리 쓰이는 자성 절연체 중 하나인데, 마침 옆 학교인 충남대학교에서 YIG 가 아닌 다른 자성 절연체들을 여럿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상태였다. 그 중 최근에 재밌는 자성 특성들이 관측된 TmIG (Thulium Iron Garnet) 을 측정해보기로 했다.


실험의 대략적인 모형은 위와 같다. TmIG 띠를 리소그래피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고, 그 위에 열원으로 사용할 전선을 올린다. 전류를 흘리면 열이 발생하므로 온도 구배가 생기고, 마그논과 포논이 특정 분포로 생겼을 것이다. 그것을 측정하기만 하면 된다!

마그논과 포논의 측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. MOKE 의 결과로 자성 필름에서 반사된 빛은 편광이 돌아가는데, 이 편광이 돌아간 정도를 ‘커 회전 (Kerr Rotation)’ 이라고 한다. 이 회전 정도는 자성체의 자화값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, 마그논이 자성체에 생기면 자화값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. 즉 전류의 발열 효과에 따라 바뀌는 커 회전을 측정하면 되고, 논문에는 Δθ 로 표기가 되어 있다. 마찬가지로, 포논의 생성에 따라 반사율이 바뀔 수 있는데, 이는 논문에 ΔR 로 표기가 되어 있다. 위 그림의 y 방향으로 마그논과 포논의 여기 (excitation) 정도를 측정해보면 다음과 같다.

이 측정을 통해 열원에서부터 거리가 같으면 같은 정도의 여기가 생긴다고 알 수 있고, 우리는 x 방향으로의 측정을 시도했다.
 그럼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.

열원에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 마그논 및 포논의 여기되는 정도가 줄어들 테니, 거리에 따라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다. 또한 전력을 많이 줄수록 더 많은 여기가 일어날 테니, 전력에 따라 증가하는 여기 정도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. 여기서 지수함수 피팅으로 감쇄 속도 (λKR)를 알아낼 수 있는데, 마그논과 포논의 감쇄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마그논과 포논이 서로 평형 (equilibrium) 상태에 있다면 감쇄 속도가 같아야 할텐데, 감쇄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마그논과 포논이 서로 비평형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.

다음은 열원의 전력은 일정하게 둔 상태로 자기장을 바꾸며 마그논과 포논의 여기 정도를 측정했다. 자기장이 변하면서 포논의 여기 정도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, 마그논의 여기 정도는 자기장이 줄어들면서 커지는 것이 측정이 되었다.

실험 결과를 보면 두 가지 재밌는 점이 보이는데, 첫번째는 자기장에 따라 마그논의 여기 정도가 변한다는 것이고, 두번째는 열원의 전력 또는 자기장이 바뀌면 마그논의 감쇄 속도가 변한다는 것이다. 첫번째 결과는 얼핏 생각했을 때는 이상할 수 있는데,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. ‘상온에서 수십 도가 변해서 생긴 마그논은 에너지가 meV 스케일일텐데, μeV 스케일의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자기장으로 이러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!’ 사실 이러한 여기 정도의 자기장 의존성은 0이 아닌 마그논 화학 포텐셜 (magnon chemical potential) 로 설명할 수 있다. 보통 평형상태의 마그논은 개수가 보존이 되지 않아 에너지가 가장 낮아지는 개수를 찾아가고, 이에 따라 화학 포텐셜이 0이다. 급격한 온도 변화가 생기면 (마그논-포논의 상호작용 시간보다 짧은 시간의 온도변화 [Nat. Nanotech. 15, 457 (2020)], 혹은 마그논-포논 상호작용의 길이보다 짧은 길이의 온도변화) 일시적으로 마그논 숫자가 유지가 될 수 있고, 화학 포텐셜이 유도가 될 수 있다. 통계역학 시간에 배우겠지만, 화학 포텐셜이 증가하면 보존인 마그논은 보즈-아인슈타인 분포에 따라 에너지가 낮은 마그논의 비율이 늘어난다. 즉 자기장에 대한 의존성이 생기는 것이다!

그런데 마그논이 보즈-아인슈타인 분포를 따르려면, 평형상태에 있어야한다. 비평형 상태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? 여기서의 평형 상태는 시스템 전체가 평형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, 마그논-포논 상호작용 길이보다 짧은 길이의 온도변화가 있기 때문에 마그논과 포논이 각각 독립적으로 열적 평형상태에 갈 수 있다. 열적 평형상태에 도달하려면 충분한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(이상기체가 평형상태에 이르려면 원자들끼리의 충분한 충돌이 필요한 것처럼), 마그논끼리의 비선형 상호작용이 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. 실제 비선형 상호작용이 발생하는가? 그것은 아래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.

특정 전력을 넘어가면 선형적인 반응을 벗어나는 것을 볼 수 있고, 이때 자기장에 대한 의존성도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. 마그논의 감쇄속도가 열원의 전력이 커질수록, 그리고 자기장이 작아질수록 감소하는 것도 비선형 상호작용과 관계가 있는데, 비선형 상호작용이 발생할수록 마그논의 감쇄속도가 증가한다는 최근의 보고가 있다 [Appl. Phys. Lett. 117, 042404(2020)].

사실 측정도 열심히 하고, 필름도 YIG와는 다르니 뭐 재밌는게 없을까 고민도 좀 했었는데, 아쉽게도 내가 측정한 범위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것이 없었던 것 같다. 그래도 새로운 측정 테크닉을 개발을 했다는 뿌듯함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. 아직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기술이니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것 같다.


저자 이근희
E-mail : [email protected]


To cite this article:
Geun-Hee Lee et al., Appl. Phys. Lett. 119, 152406 (2021)
DOI:
https://doi.org/10.1063/5.0062751